이것 참 애매한 상황.
이 집 주인의 (아마도) 오래된 친구라 생각되는
처음 왔을 때부터 친절하게 대해주던 레이먼(닉네임이 아마도 라몽)이
내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.
점퍼 윗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카메라인데,
저게 어떻게 레이먼 손에 들려있는 거지?
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몰라서 고민했다.
분명 내 카메라가 맞는데 왜 그걸 레이먼이 주머니에 넣고 있는지 모르겠고,
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.
카메라 좀 보여줄래요?
그거 내 꺼 같은데요?
그걸 왜 레이먼이 갖고 있는지 궁금하네요?
그거 레이먼 카메라인가요?
난 1월말까지 이 집에 있을 예정이고, 레이먼은 아마도 계속 이집에
사는 모양이고.... 어떻게 말을 해야 좋게 해결할 수 있을까.
옷 입고 집을 나서려던 레이먼에게
망설임 끝에 카메라 좀 보여달라고 말을 붙였다.
내것이라고 하니까 확실하냐고 몇번이나 묻는다.
알맹이까지 안 봐도 내것인지 척 보면 안다.
페어뱅크스 첫날 도착해서 나와 함께 생긴 상처가 있다.
거기에 줄도 내가 니콘 카메라 줄로 바꾼거다.
레이먼 옷장에 내 옷을 넣어둔 것은 내 실수였다.
아마도 어두워서 레이먼이 착각했나보다, 라고 말을 덧붙였다.
그리고 그 옷장에 내 옷을 계속 넣어놔도 괜찮은지 화제를 돌렸다.
서로 잠시 오해가 있었나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지만,
찝찝하긴 찝찝하다. 내가 여기서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을까.
아무리 친절해도 느끼지는 느낌이 있다.
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고...
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.
뭐, 갖은 게 없다면 그럴 걱정도 없겠지만.
카메라 메모리 안에는... 레이먼이 찍어둔 사진이 몇장 있었다.
아랫층 거실, 주황색 옷 입고 매일 음악을 즐기는 사람, 그리고 본인 얼굴 3컷 정도.
정말 내 것인지 몰랐을까? 첫 날 왔을 때 그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주었는데도?
정말 자기 옷인 줄 착각했을까? 자기 옷장에 있다고?
하나의 불신이 토대가 되어 벽을 쌓아간다.
믿음을 얻는 것은 어렵지만,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.
댓글 없음:
댓글 쓰기